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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바스티앙 살가도 ( Sebastião Salgdo, 브라질, 1944 ~ )

"전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판단하지 않습니다.
 제 사진은 '현재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작은 길이예요.
 제 이야기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관한,
 오늘날 지구의 상황에 대한 일례들이죠."


  1971~73년   국제 커피 협회 근무
  1974~75년   사진으로 전향 후 Sygma Photo Agency에서 활동
  1975~79년   Gamma Agency
  1977년     Other Americans 작업을 위해 중남미 지역에서 사진작업
  1979년     국제 사진 에이전시 '매그넘' 멤버로 선출
  1984년     국경없는 의사회와 함께 아프리카 사헬 지역 촬영
  1986년     [Other Americans] 출간 및 전시 [Famine in Sahel]
26개국 거대 노동 계층의 최후 기록
  1994년     사진 에이전시 Amazonas Images 창설
  1997년     Struggle of the Landless
  2000년     [Migrations], [Children] 출간
  2005년     서울갤러리 전시회



바스티앙 살가도 Sebastião Salgdo. 그는 어린 시절 말 그대로 '이촌향도'식으로 자주 이사를 했는데 이는 브라질의 근대화와 도시화에 따른 것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살가도는 처음부터 작가의 길을 걷진 않았다. 브라질의 상파울로 대학과 미국 밴더빌트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딴 후, 파리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쳤다.(1959년에 프랑스 파리로 망명한 상태였다) 그 후 국제커피협회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그 출발은 경제학자로서의 마지막 경력이기도 했다. 재배현황을 보기 위해 방문한 아프리카의 비극적인 참상을 본 후 이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소명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사진을 자신의 언어로 택하여 1973년 작가로 거듭난다. 1979년 매그넘에 가입하여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작업하며 자본주의의 그늘 아래 신음하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민중들을 프레임 안에 담았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몇 주씩 자신의 피사체들과 함께 머물며 마음의 빛으로 그들을 기록했다. 그 일관된 이미지의 서사는 세상에 대한 진실한 관찰과 반성이었으며 그의 이름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다큐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994년 매그넘을 탈퇴한 뒤 파리에 자신의 에이전시인 '아마조나스 이미지스 Amazonas Images'를 설립했다. 현재 출판된 사진집으로는 Other Americans(1986), Workers(1993), Struggle of the Landless(1997), Children(2000), Migrations(2000)가 있다. 홈페이지에 가보니 지금은 '제네시스 Genesis'라 불리는 프로젝트(아직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은 지구의 풍경을 담아내는)를 추진하고 있단다. 프레임 안에 추출된 세상에 대한 구원을 자연에서 찾고 싶은가보다.

제 내가 이 사람의 사진을 처음 봤을까. 그 때는 잊었어도 운 것은 기억난다. 값싼 눈물인 것 알면서도 그냥 뚝뚝 흘렸다. 아프리카의 기아나 제3세계의 불안한 정국을 다룬 것이야 널리고 널린 것이지만 그의 사진은 특별했다. 함께 아파하며 공감과 이해의 시각으로 찍었다는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기막히게 아름답다. 사진 안에 깃든 고통의 역사는 절제되고 정제된 작가 특유의 구도 속에서 조용히 흐른다. 그 흐름 속에서 손을 뻗어, 피사체는 프레임 밖으로 나와 내 손을 잡고 자신들의 상처를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이 지닌 고통은 얼굴을 찌푸리거나 울어서 표현할 수 있는 시기를 이미 지났다. 무표정하게 텅 빈 인상은 그들이 살았을 과격하고 신산스런 삶을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그것은 보는 나로 하여금 동정을 요구하는 몸짓이 아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황량하고 쓸쓸한 세계로 내 소매를 잡고 끌어들일 뿐이다. 내가 누리고 있는 알량한 풍요조차 허락되지 않은, 삶에 대한 선택권을 빼앗긴 채 표류해야 하는 생존이 어떤 것인가를 사진 속 인물들은 낮게 낮게 속삭인다.


1983년 7월 31일. 이라크 군인들은 몇몇 마을의 모든 남자들을 끌고 갔다. 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 중 한 명의 딸과 아내가 그들의 귀환 도는 확실한 죽음을 알리는 통보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Beharke, Iraqi Kurdistan. 1997)


이 아이들은 내전의 강제적 파병을 피해 그들의 가족에 의해서 멀리 보내졌다. 이들은 미국이 운영하는 난민수용소가 있는 북부 케냐로 향하고 있다.(Southern Sudan. 1993)


"제 소망은 이런 상황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도움의 손길을 잡는 것입니다.
  제 사진을 보러 온 사람과 보고 나서 나가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 아니길 바래요."



세라 펠라다 Serra Pelada 금광에서 흙더미를 옮기는 노동자.(Brazil, 1986)


"또한 이 별의 사람들은 모두 동등합니다.
누구든 건강과 교육, 사회적 원조, 시민이 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만큼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코렘 Korem 난민캠프의 아이들의 방.(Ethiopia, 1984)


Gourma-Rharous.(Mali, 1985)


"나는 보통 사람들의 힘을 믿습니다. 우리에겐 세계를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물질적 도움에 의해서라기 보단 참여의 손길을 내밀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항상 인지함에 의해서요.
그것은 가장 중요한 일로,
현재와 같은 파국의 상황으로 미래를 몰고가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코렘 Korem 캠프의 난민들.(Ethiopia, 1984)


투란지 Turanj 캠프(세르비아에 의해 점유된 크로아티아 지역) 내 비학 Bihac 보스니아 거주지의 난민들. 이 마을은 심각하게 폭격을 당했고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지뢰 폭발로 부상당했다.(Turanj-Krajina, 1994)


베나코 Benako의 르완다 난민 캠프.(Tanzania. 1994)


"빈곤과 환경파괴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만도 무분별한 벌목과 목재수출, 대규모 농장, 광산 채굴 등에 의해
숲과 거기 깃든 인디언들을 죽이고 있어요.
내가 태어난 지역의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해 나와 아내는 매우 힘들게 싸웠습니다.
이미 나무가 사라져버린 지역은 기금을 조성해서 다시 나무를 심고 있죠.
여기에 대해선 물론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논쟁이 필요합니다."



자유 Libertà


지만 세상은 그의 울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곳곳에서 파국의 불길한 징조를 보여준다. 인종과 종교의 차이를 내세운 국지전은 여전히 죄없는 민간인의 목숨을 잔인하게 앗아가고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거세게 몰아치며 약소국의 무릎을 꿇린다. 환경파괴와 화석원료의 연소, 사라지는 숲과 화학물의 남용 등으로 이미 북반구의 겨울은 춥지 않고 영국과 중국 등지의 환경연구소에서 발표하는 보고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이란 무서운 문구를 곳곳에 배치해놓았다. 게다가 저지른 결과는 있으나, 책임을 질 수 있는 특정한 '누군가'는 없다. 모두가 가해자이고 모두가 피해자이다. 특히 온난화로 인해 예상되는 올해의 기상이변은 아프리카 지역의 가뭄으로 인해 굶주림으로 인한 고통이 더 가중시킬 것이라 한다. 개인은 그저 표면에서 부유하며 소비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물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초라한 자아를 확인할 뿐이다.

럼에도, 인터뷰(2000. 3. 29)에서 보여준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긍정의 힘을 이끄는 작은 실천이 지구의 구세주가 될 것임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넘쳐 흐르는 담론의 형성과 문제의 인지는 작가의 말대로 희망찬 손짓이며 구원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이 희미한 손짓은 실천의 힘찬 발버둥으로 치환되어야 하지만, 그때까지 인류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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