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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미래를 향해 뻗어있지만
그 길을 만든 건 추억이었다.

길은 속도를 위해 존재해 왔다.
하지만 추억의 몸인 그 길은 자꾸
속도의 바깥으로 나를 끄집어내곤 했다.

실연의 신발은 속도를 갈망했고
사랑의 신발은 정지를 찬양했다.

바뀐 사랑을 이끌고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새로운 추억은 그보다 오래된 추억을 지웠고
가까운 미래는 더 먼 미래를 지웠다.
하여 미래와 추억은 어느 순간 길 위에서 만났다.

난 이미 낡아버린 신발로 미래를 추억하였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그 길은
내 암흑의 내부를 걷기 시작했고
비 내리는 내 기억들의 필름이 몸을 풀어
길의 미래가 되어주었다.

- 유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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