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미래를 향해 뻗어있지만 그 길을 만든 건 추억이었다. 길은 속도를 위해 존재해 왔다. 하지만 추억의 몸인 그 길은 자꾸 속도의 바깥으로 나를 끄집어내곤 했다. 실연의 신발은 속도를 갈망했고 사랑의 신발은 정지를 찬양했다. 바뀐 사랑을 이끌고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새로운 추억은 그보다 오래된 추억을 지웠고 가까운 미래는 더 먼 미래를 지웠다. 하여 미래와 추억은 어느 순간 길 위에서 만났다. 난 이미 낡아버린 신발로 미래를 추억하였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그 길은 내 암흑의 내부를 걷기 시작했고 비 내리는 내 기억들의 필름이 몸을 풀어 길의 미래가 되어주었다. |
- 유하 - |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 1139도로
'사진이 있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로운 섬 (0) | 2009.01.13 |
---|---|
내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었다 (0) | 2008.05.14 |
얼마나 행복할까 (0) | 2008.03.18 |
내게는 가장 소중한 그대 (0) | 2007.12.27 |
내 몸을 걸어가는 길 (2) | 2007.11.29 |
억새꽃 (0) | 2007.11.14 |
구름 (0) | 2007.11.06 |
세월은 (0) | 2007.10.29 |
안개 속에서도 (0) | 2007.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