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T90, nFD 50mm, ILFORD DELTA 100 행복이라는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곳은 결코 비옥한 땅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절망과 좌절이라는 돌멩이로 뒤덮인 황무지일 수도 있습니다. 한번쯤 절망에 빠져 보지 않고서 한번쯤 좌절을 겪어 보지 않고서 우리가 어찌 행복의 진정한 값을 알 수 있겠습니까? 절망과 좌절이라는 것은 우리가 참된 행복을 이루기 위한 준비 과정일 뿐입니다. 따라서 지금 절망스럽다고 실의에 잠겨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지금 잠깐 좌절을 겪었다고 해서 내내 한숨만 쉬고 있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입니다. 절망과 좌절이라는 것이 설사 우리의 삶에 바윗덩어리와 같은 무게로 짓눌러 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무사히 들어내기만 한다면, 그 밑에는 틀림없이 눈부시고 찬..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다 내집뒤에 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때 그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 류시화 -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대는 바람이었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그대 얼굴이 잊혀 갈 때쯤 그대 떠나간 자리에 나는 한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리. 눈이 내리면 늘 빈약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 잊혀진 추억들이 눈발 속에 흩날려도 아직은 황량한 그곳에 홀로 서서 잠 못 들던 숱한 밤의 노래를 부르리라.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어둠 속에 서글펐던 지난날의 노래를 부르리라. 내가 한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간 그대는 바람이었네. - 이정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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