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3은 ‘리플렉션 킷’(Reflection kit), 이른바 ‘반짝이’ 장식을 더하고, 뒷좌석을 위한 DVD 플레이어와 모니터 킷을 달았다.

사이드 미러와 차체 왼쪽에 뚫린 방열용 구멍, 허리춤의 기다란 몰딩, 사이드 스텝 등이 햇살을 퉁겨내며 반짝반짝 빛났다. 꽁무니의 해치도어 밑단 역시 한 줄기 크롬 라인이 가로질렀다. 작은 장식 덧대었을 뿐인데, 한결 근사해 보인다.

여기까지는 거리에서 디스커버리 3을 바라보는 이를 위한 서비스. 오너를 위한 진짜 선물은 실내에 숨어 있다. 천정 중간쯤에 넓적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붙었다. 바로 DVD 플레이어와 모니터 세트다. 한창 유행인 ‘엔포테인먼트’ 기능을 갖추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장비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손으로 ‘뚝’ 잡아당기면 그만이다. 그러면 큼직한 모니터가 스르르 내려온다. DVD는 그 위쪽 본체 옆구리에 밀어 넣는다. 전원이나 재생은 모니터 밑의 스위치나 별도의 리모컨으로 조작한다. 모니터가 좌우로 270도 가까이 회전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위해 운전석의 아빠가 모니터를 보며 조작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내비게이션, 위성 DMB, DVD 화면을 두루 비추는 센터페시아의 모니터와 달리 뒷좌석용 모니터는 오로지 DVD 재생 화면만을 띄운다. 사운드는 차에 딸린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특정 주파수를 찾아 맞출 필요 없이, 오디오의 모드를 ‘AUX’(외부입력)에 맞추면 바로 나온다. DVD에 LCD 모니터가 어울렸으니, 화질은 두말하면 잔소리. 하만-카돈 오디오가 뿜는 음질 역시 흠잡을 데 없다.

이번에 마련한 DVD 시스템은 차 바깥을 두른 리플렉션 키트와 달리 랜드로버의 순정제품이 아니다. 수출을 주로 하는 국내의 한 중소기업 제품이다. 본체 값만 100만 원 정도.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측은 성능이 뛰어나고, 값이 부담스럽지 않아 국산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 밖의 나머지는 앞서 국내에 소개된 디스커버리 3과 똑같다. 풍채는 언제 봐도 늠름하다. 몇 년 전 을씨년스러운 스코틀랜드의 랜드베터 공항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충격과 흥분이 새삼 밀려든다. 디스커버리 3은 요즘도 자주 눈에 띄는, 디스커버리 Ⅱ보다 143mm 길고, 25mm 넓으며 49mm 낮다. 휠베이스는 무려 345mm나 늘었다.

맏형 레인지로버와 비교해도 너비 9mm, 길이 102mm가 짧을 뿐이다. 얼굴마저 판박이라 두 대를 사이좋게 세워두면 누가 고급모델인지 꼬집어 말하기 망설여질 정도. 나아가 새로 얹은 첨단 기술, 엔진 파워까지 들먹이면 형, 동생의 엄연한 위계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릴 판이다. 디스커버리 3은 랜드로버가 포드 품에 안긴 이후 개발한 첫 모델. 변화의 시작점인 만큼 위아래 가름 짓기보다 실속을 꽉꽉 채우는 것이 우선이었을 터다.

사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의 당돌한 진화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89년 첫 선을 보인 이후 1994년 마이너체인지를 거쳤고, 1999년 부품의 90% 이상을 바꾸는 수술을 치렀다. 2002년 초 다시 한 번 개량 모델을 선보였고, 2003년엔 무려 700가지에 이르는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디스커버리 3의 극적인 변신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오래도록 고집해온 사다리꼴 프레임 뼈대마저 발라내고, 통합형 보디 프레임을 도입했다. 강성이 뛰어난 모노코크의 장점과 오프로드 주행에 유리한 분리형 섀시 프레임의 장점을 어울리기 위해서다. 세이프티 존을 확보하기 위해 A-필러, 지붕, 크로스멤버 등에 고강성 강판을 쓰는 한편 무게를 줄이기 위해 부위별로 알루미늄, 마그네슘, 붕소 합금 등 다양한 소재를 썼다.


한편, 랜드로버 특유의 분위기로 다듬은 실내엔 아기자기한 재미가 가득하다. 우선 7명까지 태울 수 있다는 점부터 흐뭇하다. 쥐며느리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아야 앉을 수 있는, 여느 SUV의 생색내기용 3열 시트를 떠올려선 곤란하다. 1~2열은 물론, 3열 시트마저 넉넉한 공간에 자리 잡았다. 아울러 1~3열은 계단식으로 점점 높아져 뒤에 앉았을 때 답답함이 적고, 2~3열은 쓰지 않을 때 완전히 바닥에 접어 넣을 수 있다.

랜드로버의 디자인 디렉터 제프 유펙스는 “디스커버리 3은 인테리어부터 디자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이곳저곳 지혜롭게 공간을 나누면서, 한때 디스커버리의 상징이었던, 천정의 그물망 주머니는 이제 사라졌다.

하나 더 사라진 게 있다. 바로 3열 천정의 양쪽 모서리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달려 있던 앙증맞은 ‘사파리 글라스’. 대신 디스커버리 3은 2~3열을 잇는 거대한 글래스 루프를 달았다. 차 안에선 2열과 3열의 사이를 프레임이 나누지만, 위쪽에서 내려다보면 영락없는 한 장의 검은 유리다. 안쪽에 햇빛막이 커버가 달렸지만, 송송 구멍이 뚫려 있어서 한여름엔 제법 뜨거운 햇살이 들친다. 랜드로버 팬은 ‘낭만적’이라며 되레 기뻐할는지도 모르겠다.

디스커버리 3의 엔진은 V6 4.0ℓ 215마력이다. 최대토크는 36.71kg·m. 재규어 S-타입 2.7과 푸조 607 2.7HDi 등과 함께 쓰는 V6 2.7ℓ 커먼레일 디젤 터보 엔진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가 많지만 아직까진 수입 소식이 없다.

변속기는 ZF제 자동 6단. 가속 때 변속을 한 템포 늦춰 긴장감을 북돋는 스포츠 모드와 수동으로 변속할 수 있는 커맨드 시프트(CommandShift) 기능도 담았다. 아울러 로·하이를 고를 수 있는 트랜스퍼케이스와 전자식 록킹 센터 디퍼렌셜을 갖추었다.

파워는 딱히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도로의 흐름을 헤치고 뛰쳐나가는 데 아쉬움이 없다. 앞뒤 독립식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랙 앤드 피니언 기어를 도입하면서 몸놀림은 한결 민첩해졌다. 서투르거나 예기치 못한 조작 앞에서는 트래블 긴 서스펜션이 한계를 드러내지만, 도로의 굽이진 정도를 가늠해가며 리드미컬하게 몰 때는 더없이 즐겁다.


오프로드 성능은 여전히 제왕의 지위에 모자람이 없다. 우선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훨씬 영리해졌다. 트랙션 컨트롤과 주행안정장치가 손을 맞잡은 까닭이다. 구동력, 제동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최적의 접지력, 견인력을 이끌어 낸다. 드로틀 반응, 변속 패턴, 서스펜션 세팅까지 알아서 척척해낸다. 로 레인지는 전자식으로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다. 원할 때 센터 디퍼렌셜을 꽉 잠그는 ‘극약처방’도 자유롭다. 앞뒤 구동력 배분율은 평소 50:50이다.

아울러 디스커버리 3은 운전자의 재밋거리를 더했다. 바로 ‘지형 반응 시스템’. 첨단 기술을 주눅 들지 않고 쓸 수 있도록 기발하게 포장했다. 로터리 다이얼을 자갈길, 모래밭, 진창길 등의 깜찍한 아이콘에 맞추기만 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차고 높이 조절, 엔진 토크 반응, 내리막 주행 안정장치(Hill Descent Control), 트랙션 컨트롤, 디퍼렌셜 세팅까지 고루 참견한다. 심지어 센터, 리어 디퍼렌셜을 풀고 잠그는 타이밍도 조절한다.


불과 1년 사이, 국내 수입차 시장엔 볼보 XC90 D5, 지프 커맨더, 아우디 Q7 등 새로운 얼굴이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3의 가치는 여전히 빛난다. 어떤 잣대로 견준들 경쟁 모델보다 나은 점을 한두 가지씩 갖춘 까닭이다. 나아가 SUV, 아니 4WD 한 우물을 판, 거룩하게까지 느껴지는 브랜드 이미지의 찬란한 후광을 등에 업었다.

스코틀랜드에서 벌어진 디스커버리 3 발표회에 참석했을 때, 기자는 디스커버리 3에 숨겨진 가치를 짐작할 만한 이야기를 접했다. 행사장 연단에 선 랜드로버 디자인 스튜디오의 디렉터 데이빗 새딩턴(David Saddington) 씨는 이렇게 말했다.

“디스커버리 3의 리모컨 키는 10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25m 깊이의 물속에 담갔다 꺼내도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합니다. 굳이 밝히지 않는 이상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곳까지 신경 쓴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디스커버리 고객은 언제나 무언가 월등한 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이런 차다.

네이버 블로그 :: Chris Emergency 2006년 8월 14일 작성
글·월간 <스트라다> 김기범 기자(cuty74@istra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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